프랑스 파리와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탈BOOK STORY 그림 전시회'(사진=도희윤 대표)
‘북한의 솔제니친’으로 불리는 반체제 인사 반디(가명, 조선작가동맹 소속)의 책 『고발』을 그림으로 승화시킨 ‘탈BOOK STORY 그림 전시회’가 해외에서는 처음으로 프랑스 파리와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렸다.
이번 전시회는 1월 29일 파리에서 시작돼, 2월 2일부터 브뤼셀의 프레스클럽으로 이어졌다.
반디의 『고발』은 2014년 첫 출간되었으며 2022년에 재출간되었다. 전 세계 30개국 이상에서 번역·출간되고 있으며 영어번역은 한강의 소설을 번역했던 데버러 스미스가 맡았다. 소설 속 내용들이 다수의 남북한 화가들에 의해 그림으로 승화되면서 전시회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글로 기록된 고발이 그림으로 승화되어 유럽 시민사회와 만난 의미와 현장의 분위기를 듣기 위해 사단법인 행복한통일로 도희윤 대표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도 대표는 작년 8월부터 시작해서 국내 주요도시 뿐만 아니라 국회 내에서도 그림 전시회를 가졌으며 올해부터는 해외 전시회의 기회도 얻게 되었다.
왼쪽부터 도희윤 대표, 빌리 포트레 대표(국경없는 인권협회), 임영희 작가(프랑스어 번역),피에르 리굴로 회장(프랑스 북한주민돕기협회)(사진=도희윤 대표)
▶ 이번 ‘탈BOOK STORY’ 전시는 기존의 북한 인권 전시와 어떤 점에서 달랐습니까?
가장 큰 차이는 접근 방식입니다. 기존 전시가 주로 정보 전달이나 기록의 성격이 강했다면, 이번 전시는 ‘체험’에 가깝습니다. 관람객은 설명을 읽기 전에 먼저 그림과 마주하게 되고, 그 감정의 파문 위에서 비로소 텍스트를 만납니다.
북한 인권이라는 주제가 추상적 정치 이슈가 아니라, 개인의 삶과 감정의 문제로 다가가도록 설계됐다는 점에서 분명한 전환점이었다고 하겠습니다.
왼쪽부터 도희윤 대표, 임영희 작가(프랑스어 번역), 피에르 리굴로 회장(프랑스 북한주민돕기협회), 빌리 포트레 대표(국경없는 인권협회)(사진=도희윤 대표)
▶ 반디의 작품을 ‘그림’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 점은 무엇이었나요?
원작을 해설하지 않는다는 원칙이었습니다. 그림이 소설을 ‘설명’하는 순간, 고발의 힘은 약해집니다. 작가들은 오히려 여백을 남겼고, 인물의 표정보다 공간과 구조, 시선의 방향에 집중했습니다. 전 세계 30개국에서 번역된 책자의 표지가 작가분들로 하여금 영감을 가질 수 있도록 방향타 역할을 했습니다.
그 결과 관람객 각자가 자기 경험과 언어로 반디의 세계를 읽어내는 장면이 자주 연출됐습니다. 이 점이 유럽 관객들에게 특히 강하게 작용했습니다.
프랑스 한인 침례교회 '탈BOOK STORY 그림 전시회'(사진=도희윤 대표)
▶ 첫 해외 전시장이 프랑스였다는 점은 어떤 의미를 지니나요?
프랑스는 문학과 예술이 사회적 양심의 언어로 기능해온 공간입니다. 반디의 『고발』이 프랑스에서 처음 번역·출판되며 국제사회에 알려졌다는 사실 자체가 상징적이죠.
이번 전시는 그 문학적 충격이 시각예술로 다시 한번 유럽사회에 질문을 던지는 과정이었습니다. 프랑스 관객들이 작품 앞에서 오래 머무르며 토론을 나누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 현장에서 북한 체제를 ‘전체주의’로 규정하는 발언들이 이어졌습니다. 이 전시와 어떤 관련이 있나요?
전체주의의 핵심은 폭력 그 자체보다, 침묵이 강요되는 구조입니다. 반디의 작품은 바로 그 침묵의 내부에서 쓰여졌습니다.
이번 전시는 북한을 특정 국가로만 보지 않고, 인간의 자유와 존엄을 말살하는 체제의 보편적 메커니즘을 드러냈습니다. 그래서 관객들은 “북한 이야기이지만, 자신이 속해 있는 사회에 대한 경고처럼 느껴진다”고 말했습니다.
도희윤 대표가 반디의 책 『고발』에 사인을 하고 있다.(사진=도희윤 대표)
▶ 이번 전시가 오늘날의 국제 정세와도 연결된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맞습니다. 전시는 과거를 회상하는 자리가 아니라, 현재를 해석하는 창입니다. 러시아, 북한과 같은 전체주의 체제들이 서로 연대하며 폭력을 정당화하는 흐름 속에서, 반디의 고발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입니다.
문학과 예술이 정치 분석보다 앞서 경고음을 울릴 수 있다는 점을, 이번 전시는 분명히 보여주었습니다.
▶ 파리에서 브뤼셀로 이어진 이번 순회가 남긴 가장 큰 메시지는 무엇일까요?
연대의 방식은 다양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거창한 선언이 아니라, 한 편의 그림 앞에서 멈춰 서는 것, 질문을 나누는 것, 기억하는 것 자체가 이미 행동이자 연대입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장면은, 파리와 브뤼셀의 전시장에서 한국의 방탄소년단(BTS)을 응원하는 해외 팬들(아미)이 자연스럽게 전시에 참여해 질문을 던지던 모습이었습니다.
문화의 언어가 인권의 언어로 이어질 수 있음을 확인한 순간이었죠.
전시회를 찾은 관람객들(사진=도희윤 대표)
▶ 첫 번째 해외 전시회를 가지셨는데, 소감 및 향후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이번 유럽 전시회를 통해 작은 반딧불의 빛이 유럽을 넘어 더 멀리 이어지길 기대합니다.
이미 이 책이 30개국에 번역 출판된 만큼 계속해서 뜻 깊은 해외 전시회로 이어지기를 소망합니다. 더 나아가, 건전한 국제인권단체들과 협력해서 더욱 의미 깊은 전시회로 확장되어 자유의 바람을 일으키기를 고대합니다.@
출처 : SPN 서울평양뉴스(https://www.spnews.co.kr)